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주택경기가 위축되면서 아파트 대비 비선호 주거상품인 빌라나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역전세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들 상품은 부동산 상승기 때도 전세가율이 높은 편인데, 최근 매매가가 큰 폭으로 내리면서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도는 상황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전세가율은 84%, 빌라는 70%로 아파트 (53%)와 비교해 차이가 컸다. 실제 계약을 보면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하거나, 경우에 따라 전세가와 매매가가 같은 케이스도 있다
동탄신도시에서 오피스텔 250여채를 소유한 A씨 부부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 상당수는 2021년께 매매가와 전세가가 비슷하게, 1000만원 가량 비싼 가격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채의 오피스텔을 세 주면서 돌려막기 식으로 보증금을 내주다 보니 매매가와 전세가 동반 하락기에 문제가 터지면서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이 줄줄이 나왔다.
임대차3법으로 인한 전세가 상승이 지난해까지 이어진 만큼 최고점에 맺은 계약이 속속 만기 도래하면 사태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국토연구원은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 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시기를 2024년 상반기로 예상했다.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집값이 내리면 임대인이 갭투자한 집을 팔더라도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경우가 최대 1만3000여 가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기준 집값이 하락하지 않은 경우에도 5000가구였는데 15% 내리면 약 1만 가구, 27% 내리면 1만3000여 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연구원은 예상했다. 주택 매매가격이 20% 하락할 경우 보증금 승계 매입 주택 중 약 40%가 보증금을 내주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시장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아파트는 전세가율이 비교적 낮은 편이라 전세가가 매매가를 뛰어넘는 경우는 드물지만 전세 시세가 기존 계약 보증금보다 낮아졌다는 의미의 역전세 발생 건수는 적지 않다. 집주인이 내려간 전셋값에 해당하는 돈을 구하지 못하면 이 역시 사고가 발생한다.
호갱노노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간 계약 금액이 2년 전 같은 기간보다 내린 경우는 송파구에서 1104건, 강동구 1101건, 강남구 883건, 강서구 686건, 서초구 640건 등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에서는 동탄신도시가 있는 경기도 화성시(1711건), 송도신도시가 속한 인천 연수구(1104)에서 많았다.
역전세난은 집값 하락기 때마다 반복되는 주택시장의 난제다. 전문가들은 평시에도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제도가 유지되는 한 전세금 미반환 리스크가 상존할 수 있다"며 "전세가율이 높은 주택 유형은 지역별 경매 낙찰가율 이하로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운용하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n.news.naver.com/article/003/0011833140?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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